저는 2003년에 구매한 MS Trackball Explorer 를 21년째 사용하고 있습니다.
2012는 즈음에 중고로 하나 더 구매해서 백업해놓긴 했는데, 20년이 넘어가다 보니 트랙볼의 내부 ABS 수지가 노화되어서 부러져서 내부에서 달그락거리기도 하고, 휠 고무가 노화되어서 끈적거리기도 하고... 이런 저런 문제점들이 생겨서 불안합니다.
그래도 요즘에 비슷한 스타일의 트랙볼을 구할 수 있어서 혹시나 하고 사용해 본 후기를 올려봅니다.
왼쪽부터 nulea, sanwa, mste master, mste backup
MS Trackball Explorer 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하게 하지 않겠습니다. 단종된 지 10년도 넘은 제품이라 정상적인 상태의 물건을 구하기도 힘들고... (박스 포장된 새 제품은 백만원 정도에 매물이 올라와 있더군요. ㅎㅎ) 당연히 유선이고, 왼쪽에 좌클릭/휠/우클릭, 오른쪽에 back/forward 버튼이 있습니다. 엄지 손가락으로 좌/휠/우 담당하고 검지/중지로 볼 굴리고 약지, 소지로 back/forward 를 담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맥에서도 별다른 설정 없이 잘 동작합니다.
왼쪽에서 두번째는 2022년에 사용기 게시판에서 가나자분코 님이 올려 주신 정보를 보고 바로 라쿠텐에서 구매한 Sanwa Supply의 Gravi 입니다.
MSTE 사용하면서, 특히 USB A 포트가 없는 맥북에 붙여서 사용하면서 아쉬웠던 bluetooth를 지원하는 제품입니다. 충전식은 아니고 AAA 건전지 2개 들어가는 제품입니다. 전원 관리는 문제 없어서 한번 바꾸면 몇 달은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전의 MSTE 복각품에 비해 재질이나 마감이 무척 좋습니다. 고급스러운 재질에 버튼 클릭감도 좋은데, 휠 굴림은 MSTE 만큼 부드럽지 않습니다.
한동안 잘 사용했는데, 어느 순간 휠 스크롤이 튀는 문제가 생겨서 캐비넷 안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휠 문제만 아니라면 다시 사용할 의사 있을 정도로 MSTE 못지 않은 사용 경험을 줬습니다.
쉬고 있던 MSTE를 꺼내서 내부 청소 한번 해 주고(오랜만에 열었더니 그 새 내부 플라스틱이 약해져서 엄청 많이 부러졌습니다. 그래도 ABS라 록타이트 401로 잘 붙어서 간신히 복구했지만 플라스틱 조각이 많이 남았...) 베어링도 세라믹으로 교체하고... 했더니 다시 쌩쌩해졌습니다.
제가 MSTE 두 개를 가지고 있는데, 모델명이 같은데도 내부 구조가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부 사진은 깜빡하고 하나만 찍어서 생략.)
하여간 MSTE를 또 반갑게 쓰다가 아마존에서 nulea 라는 제품을 발견합니다. 배터리 내장 모델인데다가 bluetooth, USB 동글 타입의 wireless 까지 지원한답니다. 좋아보입니다. sanwa 보다 MSTE 와 더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손에 더 잘 맞겠죠?
두근두근 하면서 열어봤는데.... 봤는데.... 허걱. 아니 버튼이 왜 이렇게 생겼어?
우클릭 버튼이 있어야 할 곳에 왜 버튼이 2개 있는 것일까요 ㅠㅠ
이게 forward/back 이고, 우클릭은 오른쪽에 있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엄지 손가락이 좌클릭/휠/forward/back 4개를 담당해야 하고 약지가 우클릭을 담당하게 됩니다. 새끼손가락은 놀아야겠네요. 아쉽습니다. 심지어 바깥쪽(엄지손가락 끝)이 forward고 안쪽이 back이라 자주 쓰는 back 버튼을 누를 때마다 엄지손가락을 많이 굽혀야 합니다 ㅠㅠ
재질은 무광으로 고급스럽습니다. 오래 사용하면서 손때 타면 어떨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만. 버튼은 sanwa보다 약간 경박하게 딸깍거리는 느낌이고, MSTE 느낌에 가깝습니다. 볼은 MSTE보다 더 부드럽게 굴러갑니다. 아직 새거라 그럴 수도 있겠네요.
휠은 좀 더 뻑뻑합니다.
맥에 bluetooth로 잘 붙고 잘 동작합니다. 버튼 재배정은 안 된다고 하네요. 가능해도 기본 배열이 달라서 익숙한 스타일로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며칠 써 보니 버튼 배열만 아니면 MSTE를 대체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영 손가락이 어색해서 아무래도 다시 노병을 소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잘 달래가면서 써야죠.
다시 한번 부탁하는데, MS는 하드웨어에 집중해라!!!
볼 굴림
sanwa(뻑뻑함) < MSTE(베어링 교체 후) <nulea(부드러움)
버튼감
nulea(딸깍거림) < MSTE < sanwa(부드러움)
휠 굴림
nulea(뻑뻑함) < sanwa < MSTE(부드러움)
재질
MSTE(새것일 때도 약간 싼티나는 플라스틱) < nulea < sanwa
저는 MSTE는 써본 적은 없지만, 트랙볼은 켄싱턴 Orbit Fusion에 정착해서 한동안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단 저는 가격만으로도 만족입니다. 맨 처음에는 처음 보는 브랜드라 조금 구매가 꺼려졌는데, 지금은 노트북, 아이패드 미니, 아이패드프로 이렇게 3개 번갈아가면서 쓰는데 매우 편하긴 하네요. 다만 dpi 변동이 빠릿하게 안되긴 하는데, 제가 전문적으로 dpi 변경하면서 쓰는 타입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ㅎㅎ
일단 저는 만족하고 이번에 켄싱턴 tb450 추가로 구매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