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책을 읽는 걸 꽤나 좋아하는 편입니다.
클리앙에도 여러차례 도서 리뷰도 남기기도 했구요.
독서를 좋아하기에 책의 분야를 가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분야마다 선호도 차이는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것만 같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분야는 '소설'입니다.
대체적으로 고전이라고 불리는 오래된 소설들을 더 좋아하는 편이지만, 현대 소설도 즐겨 읽습니다.
그리고 제가 30여년 동안 살아온 곳이 한국이고, 사용한 언어가 한국어이기에 한국 소설도 자주 읽습니다.
책을 읽고 써보려고하는 사람으로써 항상 느끼는 건 '현대 한국 작가 분들 중에서도 글을 잘 쓰시는 분이 이렇게 많구나' 라는 점 입니다.
하지만 아쉬운 건 현대 한국 문학은 여성 작가분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건 개인적인 아쉬움입니다. 20여년 간의 제 독서 생활을 바라보면 저는 특이하게도 '남성' 작가의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남성 작가와 여성 작가가 무슨 차이가 있는데? 라고 물어보면
제 부족한 표현력으로는 답하기 어렵습니다만, 무슨 이유에선지 남성 작가들의 작품에 더 이끌립니다.
이렇게 남성이 부족해져가는 현대 한국 문학계에서
제가 좋아하는 작가인 '장강명' 작가님의 작품에 대해서 감상평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이번에 제가 감상평을 적을 '장강명' 작가님의 작품은 '산 자들' 이라는 단편집입니다.
이 책에서 언급되기도 하는데 이 책의 주제는 2010년대 한국에서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것입니다.
그 동안의 장강명 작가님의 작품처럼 사회의 상류층이나 주류가 아닌
좀 저렴하게 표현하자면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책은 3부, 10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구성은 아래와 같고 짧게 옆에 줄거리를 적었습니다.
1부 자르기
알바생 자르기 - 비정규직 해고를 두고 을과 을간의 갈등
대기발령 - 구조조정을 당하는 이들의 상황을 다룬 작품
공장 밖에서 - 중국 기업에 인수 당한 한국 기업. 기업은 회생 절차를 위해 해고계획을 세우고 이를 두고 노조원과 비노조원간에 갈등이 발생
2부 싸우기
현수동 빵집 삼국지 - 작은 동네에 있는 3 개의 빵집. 프랜차이즈, 오래된 동네 빵집 들간의 생존을 건 사투
사람 사는 집 - 재개발 구역에서 세입자로 살고 있는 주인공. 이사비를 받기 위한 투쟁을 시작하는 주인공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카메라 테스트 - 지방 방송국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는 여성의 이야기
대외 활동의 신 - 취업을 위해 시작한 대외활동에서 자신의 열정을 발견한 주인공.어느 순간 부터 취업을 위한 건지 대외활동 그 자체를 위한건지 불분명해진다.
3부 버티기
모두, 친절하다 - 한 회사원의 하루. 그가 만난 사람들. 같은 직장의 계약직 직원, 사무실 이사를 위한 이삿짐 센터 직원, 주인공의 형이 보낸 책을 배송하는 택배기사, 와이프가 만난 전자기기 서비스센터 직원. 이상하게도 모두가 친절하다.
음악의 가격 - 인디 가수와의 담화. 소설인지 실화인지 분간이 잘안된다. 대 스트리밍 시대를 살아가는 두 예술가 (작가, 음악가)의 담화 형식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 - 급식 비리에 대하여 항의 운동을 한 고등학생들의 이야기. 그들의 저항은 과연 순수한 것이었을까?
이 책을 읽고 나면 재밌다는 감정도 있지만 먹먹하고 갑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에 나온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저와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라면 그런 감정은 전혀 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책에 나온 등장인물들과 완전히 같은 입장을 겪고 있는 건 아니지만, 언제든지 저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란
생각이 무의식중에 들었나 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장강명 작가님께서 기자 출신이여서 그런지, 취재와 조사를 통해 너무나도 현실적이게 작품을 쓴 것도 영향을 끼친 것 같습니다.
최근엔 마술적 사실주의나 SF와 같은 초현실적 혹인 비현실적인 작품을 많이 읽었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 같은 하이퍼 리얼리즘 소설을 보다보니 제 취향은 역시 리얼리즘이구나 생각도 들었네요
안타까운 건, 한국 문학의 특징인지 아니면 전세계적인 흐름인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제가 좋아하는
리얼리즘 작가들을 보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런 현 세태에서 장강명 작가가 요즘 시대에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건 저에게는 어쩌면 행운인 것 같기도합니다.
마지막으로 장강명 작가님 작품 중에서 제가 추천할만한 작품들을 적어보겠습니다. (당연히 오늘 감상평을 적은 "산 자들" 이란 작품도 포함입니다)
- 표백 : 개인적으론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이란 작품이 떠올랐습니다.
- 5년만의 신혼여행 : 소설은 아니고 에세이입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많이 갖고 있어 재밌게 읽었습니다. 말그대로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네요
- 당선, 합격, 계급 - 이것또한 소설이 아닌 르포르타주입니다. 기자 출신이시다보니 현 세태에 대하여 날카롭게 관찰을 하셨고, 읽기 쉬운 문체는 또 다른 장점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번 읽어봐야 겠네요~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130271?sid1=001
어느 글이나 다 마찬가지긴 하지만, 작가의 의식이야말로 그 자신의 작품에 투영되는 법인데 지난 정부 시기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이른바 언론중재법 관련해 ‘어린아이 같은 세계관이 만든 황당한 악법’ 이라고 표현한다든지, ‘임대차보호법 등을 보면 국정운영 자체가 서툴고 미성숙하다‘ 는 내용이 있습니다. 제가 이 작가의 인터뷰 내용에 불만을 느끼는건 단순히 지난 정부 노선을 비난했다는 이유때문만은 아닙니다. 작가 본인도 언론인 출신이지만 ’황색언론‘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언론 환경을 황폐화시킨 이들이 분명 존재하는 현실속에서, 이런 사회적 맥락을 생각지 않고 무조건 악법이라고 치부하는 것이 과연 합당할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나마 임대차보호법을 예시로 들며 국정운영이 미성숙하다는 내용은 도대체 임대차보호법의 어디가 그렇게 미성숙해보인다는건지 기사 속 인터뷰에 나와있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인터뷰 내용 중 “잘 모르는 주제는 함부로 다루지 않으려 한다“는 구절까지 있는데 언론중재법이야 본인이 기자 출신이니 그렇다 치고 임대차보호법은 대체 뜬금없이 왜 들고 나온건지 좀 의아한 면이 있더군요.
‘당선, 합격, 계급’ 과 같이 공채와 서열주의가 낳는 폐해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을 한 건 평가할 일입니다만 저 인터뷰를 몇 해 전 보고 나서 작가가 대체 어떤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보는건지 조금 의문이 생긴 것도 사실입니다.
문제제기엔 누구보다도 날카로운 분임에 틀림이 없지만 출신이 그런지라 그 분야 사람들이 진영을 막론하고 공유하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문제나조국정국을 지나오면서 보면 확실히 일반인은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는지 혹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정서가 다르긴 합니다.
카메라를 들고 재난이나 분쟁지역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찍어대는 것처럼 개입하는 대신 기록을 남겨 판단을 읽는 사람에게 떠미는 사람들이 기자라 그런지 몰라도 사안안에서 디테일하게 스토리를 전달하는데 거시적인 신념은 감추거나 유보하죠.
이런 스타일의 작가는 어느 쪽에게나 불편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그냥 환부를 파헤쳐놓기만 할뿐 거기에 대한 해법은 일도 재기하지 않으니까요. 소설가가 그런 능력이 있을리도 없구요.
퇴근하고 이제서야 댓글을 답니다.
저도 이 인터뷰를 처음 봤네요.
언론인 출신으로서 언론 중재법에 대하여 비판할 순 있긴하지만, 뭐 어떻게 하자는 해결방안을 제시하진 않았네요. 당연히 정치인도 아닌 작가이다보니 조심스러울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조심스러웠을 거라면 언론중재법에 대한 '비판'도 조심했어야 하지 않네요
제가 좋아하는 독일의 작가 '귄터 그라스'가 말했듯이, "모든 작가는 사회 참여 작가이다' 라고 했던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작가들 세태를 보면 그런 모습을 보기 어려워보이긴 합니다. 그나마 장강명 작가는 목소리를 내긴 한 것 같습니다.
저도 인터뷰 중에 사회가 빠르게 변하는 걸 보기위해 지름길을 택하길 원하는 진보 주의자가 있다는 '비판'에는 일부 동의합니다. 사람마다 시각차이는 있을 수 있으니깐요
하지만 대안 없는 비판. 맹목적인 비판은 안좋게 보이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