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걸으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드리드에서 Lavinia를 들렸습니다.
Lavinia에 대한 후기와 두 와인 구매 이야기를 차례대로 써내려 가겠습니다.
<Lavinia, Madrid>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와인샵으로 알려져있는 곳입니다.
마드리드가 본점이고, 바르셀로나와 파리에도 지점이 있습니다.
파리는 안 가봤습니다.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중에서는, 마드리드가 규모 면에서 압도적인 수준입니다.
국내에서 유명한 춘천주류마켓, 고양 라빈리커스토어, 잠실시그니엘 보틀벙커, 하남스타필드 와인클럽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와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페인이 농업과 와인 생산에 있어 세계적인 국가라는 점이 와인샵 전체에서 묻어나고, 그것을 규모로 녹여냈습니다.
Lavinia 마드리드는 1층과 2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층에서 프리미엄 와인 및 올빈을 보관해둔 셀러 공간을 제외하면, 90%가 자국에서 생산한 와인으로만 채워져 있습니다.
(나머지 10%는 샴페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소비하는 스페인 와인으로 보면, 리오하 그리고 리베라 델 두에로 정도 외에는 생산 지역 조차 생소한 곳들까지도 모두 지역별로 분류해서 1층을 꽉 채워놨습니다.
개인적으로 와인줄이 짧지 않고, WSET Lv.2는 진작에 땄고, Lv.3 시험을 2월에 준비중이라 어지간히 마이너한 지역과 품종 정도는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와인 강국을 너무 우습게 알았던 제 자만이었습니다.
손톱만큼 과장 보태면, 사람이 살고 포도가 자랄 수만 있으면 스페인 어디서든 와인을 만들고 있다고 해야할 정도입니다.
다양한 지역에서 만들고 그것을 팔고 있다 정도가 아니라, 그 볼륨이 말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단적으로 비교하자면, 서울에 동네마다 하나씩은 있는 가자주류 한 개 지점에서 파는 와인 전체 양 만큼 레반테 후미야 지역 와인을 가져다 놨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리오하와 리베라 델 두에로는 그냥 한쪽 벽면 전체를 다 차지하고 있구요.
규모가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너무 커서, 점심을 거르고 총 2시간 30분 정도 머물면서 구경하고 구매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서 반시계 방향으로 한바퀴 돌고 나면 마지막 끄트머리에 까바와 함께 샴페인이 아주 조금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크레망이나 젝트, 프로세코 같은건 같은 공간에 배치도 안 해줬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음식과 와인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Bar가 제법 크게 자리잡고 있구요.
좁은 통로를 따라서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그리고 신대륙 와인들이 줄지어 있지만,
독일과 신대륙 쪽은 양으로 놓고 보면 국내 매장들이 훨씬 더 많은 수준이었습니다.
프랑스 주요 생산지인 보르도와 부르고뉴 정도는 1층 중앙 쪽에 약간 자리잡고 있긴 하지만 스페인 와인 보다보면 지나치기 쉬울 정도로 그냥 딱 한 칸 내어준 수준입니다. 샤블리를 비롯한 부르고뉴 블랑 계열, 랑그독, 알자스 지역은 당연히 2층이구요.
다음으로, 가장 궁금해하실 가격!
자국 와인 가격은 충격 그 자체입니다.
국내로 넘어오면서 운송비+통관비+각종 세금+창고보관비+마진 등등 붙으면서,
국내 소비자가격이 현지 가격 대비 1.5배에서 2배 가까운 수준으로 형성되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이 가격에 나올수가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Cune, Verdejo가 마트 기준으로 2만원 초반대에 형성되어 있고, 행사하면 19,000원 수준까지 봤습니다.
이게 Lavinia에서 5.35유로(오늘 환율 기준 약 7,600원)입니다.
리오하 와인 중에서 국내에 잘 알려진, LAN 이나 Vina Ardanza를 찾아봤습니다.
LAN은 최상급인 A mano가 재고가 없었고, Crianza 8.5유로, Gran Reserva 15유로..
Vina Ardanza는 그나마 국내 가격과 아주 큰 차이가 없는 35유로였습니다.
다만, 라 리오아 알타에서 출시하는 다양한 와인이 있다는 점에서 부러웠습니다.
(국내에도 적극적으로 더 수입해줬으면 합니다. 퀄리티가 미쳤습니다. 순례길 걸으면서 리오하 지역에서 신나게 먹었습니다.)
※ 이 외에도, 레온 D.O, 토로 D.O에도 매력적인 와인들이 많고, 특히 어줍잖은 수준의 랑그독 내추럴보다 스페인쪽 내추럴 생산자들이 퀄리티가 정말 좋아서 국내 수입사들이 열일해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스페인 자국 와인 외에 EU로 묶여있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와인들도 아주 크게 비싼 편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 와인은 거의 현지 가격과 크게 차이가 없다 수준으로 보였고, 신대륙 와인들은 가격 매력도가 낮았습니다.
위 사진에 올려드린 이번에 구매해 온 Argiano BDM 2017도 단 돈 33유로입니다. (이 가격에 5% 회원 할인, 택스 리펀 21%까지 받았으니 실 구매 가격은 25유로 언저리입니다. 우리나라에서 Argiano가 아니더라도 퀄리티 괜찮은 BDM 살려면...)
(Argiano Solengo도 70유로였는데, 굳이 Argiano의 투스칸을 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코로나 이후 부르고뉴 와인 가격이 세계적으로 인플레가 심한 만큼 여기도 그 영향을 피하지는 못 했습니다.
그래도 한국보다는 당연히 싸지만, 매력도 높은 생산자나 도멘(Leroy, Denis Mortet, Armand Russeau, Georges Roumier, Heri Jayer 등)의 그랑크뤼급은 없거나 가격 매력도가 크게 높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부르고뉴 현지 접근이 결국 답)
구매한 두 와인에 대한 썰을 좀 풀자면..
당연히 Lavinia 방문의 첫 목적은 Vega Sicilia Unico 구매였습니다.
Lavinia가 보유하고 있는 Unico는 2000년대 이전 슈퍼올빈과 2000년대 이후 빈티지들로 구분해서 판매하는데,
당연히 슈퍼올빈 쪽으로 가면 가격이 1,000유로를 넘어갈 걸 알아서 2000년대 초반 정도를 생각하고 방문했습니다.
(2001, 2004, 2005 정도를 사면 아주 좋은 거래가 될 것으로 기대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방문하기 이틀 전 어느 분께서 2000, 2001, 2004, 2005, 2006, 2006, 2011, 2011, 2011.
이렇게 보유한 9병 전체를 다 구매해가셔서 제가 방문했을 땐 슈퍼올빈들만 남아있었습니다.
슈퍼올빈들 리스트는 99, 98, 95, 94, 91, 90, 89, 88, 84 그리고.. 70, 68, 67, 64, 62, 60.
보관상태가 좋고, 그레이트 빈티지로 유명한 70이 2,000유로, 62가 1,925유로였습니다.
나머지 빈티지들도 어린 99와 98이 각각 1,300유로.. 싼데 싼게 아닌 수준이라 구경만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한 등급 아래의 Valbuena로 눈을 돌렸습니다.
Valbuena도 재고가 많지는 않았고,
2006이 2병, 2005가 2병, 2004와 2001이 각 1병, 2000이 2병, 99와 94가 각 1병 남아있었고,
90년대 이전 슈퍼올빈들은 역시 가격이 1,000유로를 넘어서 구경만 했습니다.
이 중, 보관 상태가 걱정되어서 99와 94는 구매대상에서 제외를 했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코르크를 눌러보았을 때 상태가 괜찮았고,
조명에 비춰봤을 때 와인의 양 또한 크게 줄지 않고 산화된 흔적이 거의 없어서 빈티지 점수로만 비교해도 충분할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딱 1병 남아있던 2001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프리미엄 스페인 와인 중에서도 로버트 파커 100점에 빛나는 Pingus도 보유 재고가 2016 딱 1병이었고, 이 마저도 가격이 2,600유로라서 국내 가격과 크게 차이가 없어 구경만 했습니다.
그 외에도 셀러 내에서 눈에 들어온건 Marques de Murrieta의 Castillo Ygay Gran Reserva 올빈들도 있었습니다.
64빈이 850유로, 65빈이 750유로, 91빈이 550유로, 95빈이 500유로였습니다.
리오하의 클래식을 원하신다면 Castillo Ygay를 적극 추천드립니다.
보통 40~50년 정도가 권장 숙성 기간이니.. 고려하셔서 구매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추가적으로 국내에서 어느 정도 구하실 수 있는 걸로는,
Remirez de Ganuza Gran Reserva가 있었는데 이것도 올빈들 가격이 어마어마했습니다.
2004빈이 1,500유로, 97빈이 1950유로 였습니다.
국내에서 좀 영빈티지로 30후반~40중반 정도 구매가 가능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도 권장 숙성 기간 최소 30년이니 고려하셔서 구매하시고 기회되시면 꼭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Unico를 사지 못 한 아쉬움은 크지만,
Valbuena를 회원할인+택스리펀까지 받으면서 아주 착한 가격에 그레이트 빈티지로 꼽히는 2001을 사왔다는 점에 매우 만족합니다.
덤으로, 올해 WS 1위를 한 Argiano BDM을 2018은 아니지만 2017을 또한 만족스러운 가격에 가져왔다는 것도 좋구요.
마드리드 여행 가시는 분 있으시다면, Lavinia 한 번 정도 여유있게 시간 잡고 방문 추천드립니다.
위에 제가 언급한 셀러 내에 보관중인 와인들 구매하시려면,
1층과 2층을 여유있게 둘러보신 다음, 점원에게 가셔서 Luxury Wine 보여줄 수 있는지 요청하시면 셀러 안쪽으로 안내해주니 천천히 보여주는대로 고민해보시고 구매하시면 되겠습니다.
취향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위에 언급한 Unico 2001, 2004, 2005가 있다면 구매 1순위 일 것 같구요,
한국 가져와서 이른 시일 내에 드신다면 Castillo Ygay 올빈들도 가격 자체는 정말 착한 수준입니다.
더 여유가 있으시다면.. 1000유로가 넘어가는 Unico 슈퍼올빈들도 당연히 매력적인 가격 수준이지만,
코르크라던지 병 내 와인 양을 전혀 체크하지 못 했기에 퀄리티가 장담이 안 되긴 합니다.
수집 용도라면 당연히 이것들이 1순위입니다.
굳이, Luxury wine을 사지 않더라도 세계 최대 와인 매장 방문하셔서 돌아보시고, 데일리급 와인들도 가격이 아주 싼 편이니
리오하의 유명한 와이너리들 Reserva급으로 사오셔서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그 축구활동 동안 한번도 같이 와인 마시지를 못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