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늘 긍정하고, 유쾌하고, 웃고 싶어요.
매일의 기록도, 기쁜 일로 채우고 싶어요. 무엇이 기쁜 것이냐고 묻는다면, 누군가의 말을 빌어 이렇게 대답해 줄게요, ‘너의 역량이 증가하는 상태’라고 말이죠.
갑자기 왜 기쁨을 이야기 하냐고요? 사실은 내가 늘 슬프기 때문이에요. 기쁨이 저것이라면, 슬픔은 그 반대겠지요. 그래요, 난 매일 내 역량이 줄어들어요. 그런데, 그건 내가 늙어가기 때문이 아니에요. 그건 나로 인한 것이 아니에요. 하긴 스스로가 이유인 것이 어디 흔하던가요. 앞에 누가 있어야 내가 나를 알아차리듯, 많은 것들이 남으로부터 연유하는 거니까요..
그래요, 난 그를 이해하려고, 큰 그릇이 되려고 애쓰고 있어요. 하지만, 내가 큰 그릇이 아니던지, 아니면 그가 던져 주는 숙제가 너무 많던지, 어느 것이라도 난 늘 담아내지 못해 그에게 책망을 들어요. 그런 책망을 들을 때면, 나의 역량은 쪼그라들어 아무 것도 해내지 못할 것만 같아요, 그래서 슬퍼요.
눈이 왔으면 좋겠어요. 눈이 오는 날만이라도 초라한 내 일상이 덮혀버렸으면 좋겠어요. 그래요, 나도 알아요, 눈이 그치고 나면, 흙먼지에 뒤덮힌 채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더 초라한 풍경을 만들겠죠. 하지만, 그런 순간이라도 없다면, 생은 슬픔뿐인걸요.
드뷔시 ‘판화’ 중 ‘탑’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