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이면 몸과 마음이 만신창입니다. 일주일간의 노동은, 쇠약해진 신체는 물론이거니와 쇠약해졌기에 보호받지 못하는 정신마저 곤죽을 만들어, 집 현관을 들어서며 들리는 아이들의 발소리가 반가우면서도 무섭습니다. 환한 얼굴로 반겨주는 아이의 사랑스러움은 곧, 폭탄 맞은 듯 어질러진 거실과 산더미같은 설거지 거리 앞에 한 숨으로 바뀌고야 맙니다. (심지어, 출근 전에 땀 뻘뻘 흘리며 청소기를 돌려 놓고 갔건만!)
그래도, 일주일을 기다렸다는 막내의 초롱초롱한 눈빛에, 올라오는 짜증을 꾹꾹 누르고는 얼뤄가며 함께 치우고, 그림 그리고, 종이 접고, 그러는 내내 온 몸을 부비대는 아이들을 안아주다가, “애들아, 아빠는 영혼의 안식이 필요해” 라고 가능한 가장 불쌍한 표정을 지은 뒤 음반을 고릅니다.
하지만, 내 영혼을 메만져 줄 음악을 찾다 길을 잃습니다. 분명, 눈 앞에 음반은 적지 않게 있으나, 내가 생각해 낼 수 있는 음반이란 결국 ‘내’가 아는 음악들이 담긴 음반일 뿐. 노동보다 더 무거운 ‘나’를 감당하느라 탈진한 나에게, 안식은 오로지 낯선 음악, 낯설기에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으로 내 영혼을 송두리째 홀려버릴 음악뿐일터!
그 때, 첫째가 ‘이거 듣자!’며 생각지도 못한 음반들, 정확히는 ‘내’가 안다고 생각했기에, 그리고 지금은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일부러 의식의 저 깊은 구석에 밀어 놓았던 음반들을 끄집어 냅니다. 싫은 티도 낼 수도 없게 얼굴을 들이밀며 앙앙 거리는 녀석 탓에 어쩔 수 없이 음반을 열었는데..
오늘은 우리들의 작은 크리스마스!
우리 함께 왈츠 리듬에 맞춰 까딱 까딱!
아이들아, 고마워, 좋은 음악 골라줘서!
너희들이 없었으면, 난 ‘내’ 안에서 ‘내’가 아는 음악들에 둘러 쌓인 채, ‘나’로 인한 고독과 피로 속에 스러져 갔을 거야!
(그런데 조금만 빨리 자…)
요한 슈트라우스 ‘황제 왈츠’, 아르놀트 쇤베르크 편곡
아르디티 사중주단 외
https://youtu.be/AHwfuT5Wrdk?si=UbPLhvNhHWcl9D8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