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상실의 계절 한 가운데를 살고 있기에, 가졌던 것을 잃는 것이 드문 일도, 딱히 비통할 일도 아닌지 한참이지만, 그럼에도 잃는 것이 베이듯 쓰라린 것이 있으니, ‘야릇한 마음’입니다.
처음 내 손을 쥐어 오던 그녀의 차가운 손,
눈을 감으며 포개어 오던 여름날 그녀의 얼굴,
성숙한 여인인냥 웃으며 온 몸을 안아 주던, 끝 없던 그녀의 품,
그 안에서 터질 듯 뛰어대던 나의 설렘.
그날들의 기억은 선명한데, 설레는 마음은 기억 속 흔적으로만 남아, 그곳에 들를 때마다 아련하고 아픕니다.
아, 밤꾀꼬리,
한 없이 찔러 대는
감미로운 너의 노래,
아니,
내 마음 아프게 하는 건
네 노래가 아니다,
더 없이 아름답지만,
오래 전 내게서 사라진,
네 노래의 메아리 속에서나 들리는,
어느 노래.
브람스, Nachtigall, Op.97-1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 다니엘 바렌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