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버지와 두 번 통화를 했습니다.
처음의 통화에서, ‘어디니’, ‘목이 쉬었네’, ‘아이들은 잘 있니’ 라고 물으셨고, 일하던 중의 나는 서둘러 대답하고는 추운데 나가시지 마시라는 말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두어시간이 지나고, 다시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고, ‘어디니’, ‘목소리가 왜 그러니’, ‘애들은 잘 있니’라고 물으십니다.
아버지는 무척 강건했습니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버럭 화를 내며 우리를 손찌검 하시려 하면 그 완력을 이겨내기 힘들 정도였으니까요. 목소리는 어찌나 쩌렁거리는지, 어머니와 싸우실 때는 윗집, 아랫집에서 무엇때문에 싸우는지 다 알 정도 였습니다. 성격은 불과 같아 자식들이 조금만 예의에 어긋나는 말과 행동을 해도 고함 소리에 귀가 터질 지경이었습니다.
요즘 들어 했던 말을 금새 잊고 또 하는 아버지는, 이제 화를 내지 않습니다. 내가 좀 건방지게 말해도 그렇니.. 하십니다. 여전히 어머니와는 다투시는 모양이지만, 이제 완력을 쓸만큼의 기력이 없습니다. 닭띠인 아버지는, 어딜 가나 성정이 닭과 같아 오만가지 동물들을 이겨 먹는다고 했습니다만, 만물의 아침을 부르던 서슬 퍼런 닭도, 세월 앞에선 여지없습니다. 그런 아버지의 목소리는, 이제 늙은 새의 노래 같습니다.
파블로 카잘스, ‘새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