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때문인지, 요 며칠 목이 잔뜩 쉬어 어제만 해도 쎄엑거리는 소리밖에 내질 못했는데, 오늘은 그나마 알아들을 수는 있게 소리가 나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소리를 내려면 평소보다 더 힘겹게 성대를 긁어내야 합니다. 만약 이렇게 힘들이지 않고 소리를 낼 수 있다면, 성대를 아프게 긁지 않아도 나의 소리를 세상에 보낼 수 있다면.
생각해 보면, 음악이란 결국 소리를 타자에게 보내는 것일텐데, 그 소리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입니까. 활을 긁고, 현을 때리고, 작은 구멍으로 힘겹게 숨을 불어 넣고, 심지어 스스로의 목을 아프게 하며 내지 않던가요. 그렇게 애써 나온 소리지만 결국, 공기 속을 방황하다 몇 걸음 너머에서 사라져 버리지 않던가요.
어떤 저항도, 주저함도, 긁힘도 없이 소리를 낼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한 없이 멀리 퍼질 수 있다면, 그것은 이 땅의 소리가 아니겠지요. 이 땅의 소리는 결국, 긁고, 부딪히고, 주저해야 나는 거니까. 그리고, 이 땅의 소리는 그렇게 힘겹게 소리내어도 결국, 온전히 다 닿지 못할 테니까, 쉬어 버린 내 목소리처럼.
나의 쉬어 버린 목소리는 결국 이 땅의 모든 소리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니, 오늘 나의 목소리에 힘겨워 했던 분들에게 용서와 평화 있으시길.
텔레만 ‘12개의 무반주 플루트 환상곡‘ 중 6번
바르톨트 쿠이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