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첫째의 비염이 심해져 밤새 끙끙 대는 통에 가습기를 틀랴, 수건을 걸랴 분주했고, 조금 나아지나 싶자 이번엔 둘째가 배가 아프다며 깨서 웁니다. 한참을 배를 주물러 주고 자리에 눕히려니 무섭다며 아내 옆에 찰싹 붙습니다. 잠자리를 잃은 나는 몸 누일 곳을 찾아 헤메이다 구석에 웅크린 채 잠을 청했는데, 도무지 기억할 수 없는 꿈에 소리를 지르며 깨길 여러 번. 마치 벌을 받듣 잠으로 부터 추방되어, 어느 새 아침을 맞았습니다.
자지 않은 의식은, 온 몸의 감각으로부터 밀려 들어오는 세계를 정돈하지 못해 온통 뒤죽박죽 입니다. 직장으로 달려 갔지만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아니 요일이 무엇인지 조차 알아 먹질 못합니다. 2시에는 누가 오는 지, 배가 꾸륵 거리는 건 고픈 건지 아픈 건지, 방금 말한 정리는 옳은 것이었는지.
이 때쯤이면 알게 됩니다, 생각이란 걸 하기 위해서는 폭풍처럼 들이 닥치는 세계로부터 물러나, 본 것, 들은 것, 맡은 것, 만진 것들을 잠시 망각하고, 마치 알 속에 들어가듯 잠 속으로 들어가 신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잠으로부터 깨어남으로서 내가 나의 자리를 확인하고 세계가 이전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는 안도의 의식을 치뤄야 한다는 것.
그러고 보면, 잠이란 축복이자 구원입니다. 내 생을 보호하고, 나의 삶을 제자리로 돌려 놓는 것. 잠을 잔다는 것은 거의 종교적인 것입니다.
오늘은 잠자리부터 찾아야 겠습니다. 잠은 잠자리에서 오는 것이니까. 내 몸과 의식이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잠에 들, 세상 유일한 자리, 나의 잠자리를 찾아야 겠습니다.
안녕히들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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