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 아이의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혹시, 요즘 그 아이에게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있는지, 관심 거리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는지 등을 물었습니다. 다른 아이라면 일상적인 상담이겠으나, 이 아이는 조금 남다릅니다.
어머님은 이 아이를 유아일때 입양하였고, 입양 사실을 아이에게 밝혔으며, 입양 이후 이혼하여 자신의 친아들과 함께 혼자 키우는 분이십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어머님께서 아이를 저에게 소개하셨을 때 모두 말씀해 주셨는데, 입양 사실을 밝힌 이후부터 아이에게 언뜻 비치는 그늘이 걱정되셨고, 저로 인해 아이의 속 깊은 부분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나는 전문적인 상담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으나, 아이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어머님의 간곡함으로 그 아이와 함께 3여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동안, 다행스럽게도 아이는 자신의 상황을 잘 받아들였고, 이제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할 즈음이 되었는데, 어머님도, 나도 눈치챌 만큼의 변화가 온 것입니다.
그 변화는 도약이나, 단순한 성장은 아닌, 당혹스러운 변화입니다. 아이는 소녀로, 소녀에서 여인으로 쉴 새 없이 바뀌어 가고, 호기심으로 반짝이던 눈은 이제 무언가를 쫒는 눈빛으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비치는 어머니에 대한 어떤 맹목적인 종속은, 아이 스스로의 상황에 대한 일종의 가책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무언가를 쫓는 동경과, 그것을 쫓지 못하는 주저함이 아이의 눈빛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겁니다.
어머님과의 통화를 마무리하고, 다시 그 아이를 생각합니다.
나는 그 아이에게 가책을 가지지 말라고 말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쫓고 싶은 것을 쫓아라고 말하지도 않겠습니다. 언젠가부터, 아이들은 스스로 답을 찾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어른의 도리는 있습니다, 아이와 있을 때 아이의 얼굴을 바로 바라봐 주는 것, 그렇게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리고 언제나 아이와 함께 유쾌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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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메타나의 ‘체코 춤 모음곡’은 드보르작의 ‘슬로바닉 댄스’에 대한 대답인데, 그 중 ‘창기병’은 떠난 병사를 그리워 하는 소녀를 묘사한 곡입니다. 마치 그 아이, 아니 이젠 소녀인 그녀의 눈빛을 닮았습니다.
스메타나, ‘체코 춤 모음곡‘ 중 ’창기병‘, 이반 모라베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