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기념하는 특별한 날들이 싫은 것은, 마땅히 해야 될 것을 하지 못하는 무력감, 또는 가책 때문입니다.
이른 아침 일어나, 부글거리는 죄의식을 애써 몰아내며 일부러 부산하게 떡국 만들고, 아이들을 깨우고, 창문을 열어 환기해 보지만, 부질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다들 밥 먹는 새 방에 들어가 스스로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아내와 어머니의 다툼, 아내의 극도의 우울, 하나만을 강요받은 선택, 그리고 내가 지켜야 할 것을 지키겠다는 선택과 이후 거의 강요받다 시피한 단절. 이후, 해야될 것들을 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가책이 늘 따라다니며 괴롭힙니다.
어느 날인가, 음악을 나의 거울로 삼아 나를 비추어 듣고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그런 방식으로는 내가 스스로 세운 세계에 매몰되어 버린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이렇게는 음악을 만나지 않겠다고 스스로 경계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골목 어귀에서 만난, 나의 모습을 비추는 음악은 차마 외면할 수 없습니다.
내일은 다시, 가책을 망각 속으로 우겨 넣고, 세계 앞에 마주 서야 겠습니다. 많은 복과 우연히 마주치길!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3번, 2악장
파트리스 코파친스카야, 파질 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