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인문학 모임 도서인 이 책을 오래전 읽은 적이 있다. 고양이의 행동에 대한 재미난 묘사가 기억에 남았다. 사실 어떤 내용인지 잘 기억이 안 나더니 다시 읽으며 앞부분만 읽다 중단했다는 것을 알았다. 고양이의 눈으로 바라본 사람들의 다양한 행태를 그린 이 책의 고양이는 참으로 박식하고 사람의 마음을 읽는 독심술까지 가졌다. 몸만 고양이이지 사실은 등장하는 사람들보다 더 아는 게 많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중학교 영어 교사인 구샤미이다. 위장병을 앓는 것이 작가와 닮았다. 이 책으로 데뷔한 작가는 10년 동안 많은 작품을 쓰고 위장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부유하진 않지만 굶을 일 없고 간혹 손님들이 드나들며 환담을 나누는 이 집이 주인공 고양이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처음에는 고양이의 고양이 친구들이 등장하지만 이야기는 점점 고차원적인 사람 관찰이 주를 이룬다. 특별히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있는 게 아니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처음부터 이렇게 두꺼운 소설을 생각하고 쓴 것이 아니라 처음 쓴 부분이 호평을 받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가다 보니 이 이야기, 저 이야기가 섞여 등장한다.
앞부분은 결혼을 위해 박사학위를 받고자 유리를 가는 간게쓰 군의 혼담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이야기는 뒤에 간게쓰가 고향에 갔다가 갑자기 결혼을 하고 오는 것으로 이어진다. 고양이의 귀여운 행동 묘사는 떡 먹다 낭패를 당하는 부분 이후 뜸하다 뒷부분에 다시 등장한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배달된 편지를 읽고, 도둑의 행동을 관찰하고, 사람들의 행동을 풍자하느라 바쁜 고양이는 가끔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휴식 후에는 새로운 사건들이 또 쉼없이 나온다.
작가가 이 책 다음에 쓴 도련님이라는 작품을 읽으면서도 웃었던 장면들이 많았는데 이번 책도 미소를 띠며 읽었다. 기본적으로 소세키는 위트와 유머를 아는 작가다. 곰보인 주인의 외모나 머리가 뭉텅이로 빠진 주인의 아내, 주인집에 방문한 사업가 가네다의 부인 하나코의 거대한 코, 수염만 제외하고는 간게쓰를 닮은 도선생의 외모 등 묘사도 뛰어나다. 때때로 외모 비하나 여성 비하적인 문장들도 보인다. 지금으로부터 약 120년 전에 쓴 책임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웃었던 장면은 뒤쪽 간게쓰가 바이올린을 사러 가는 부분이다. 스터디카페에서 혼자 웃음이 터져 소리 죽여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이렇게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고양이의 입장에서 쓴 유치할 수도 있는 소설이라 생각하며 읽었다가 등장인물들이 풀어놓는 재미난 이야기 보따리와 문학이나 과학, 역사 등 박학함과 철학적인 고찰 덕분에 유의미한 독서를 했다. 잘 짜인 구조에 탄탄한 구성의 소설도 많지만 이렇게 손 가는 대로 쓰인 것도 재미있는 소설이 될 수 있음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