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책)방이라니 내 가슴을 설레게 할 만한 제목이다. 자기만의 방이라는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의 의도가 성공했다. 저자는 원래 카피라이터로 일했기 때문에 심플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제목들을 잘 뽑아내는 능력을 갖추었는지도 모른다. 회사가 멀리 이사하는 바람에 퇴사를 한 그녀는 꿈에 그리던 책방을 차렸다. 운영 방식이 너무나 독특한 책방이다. 일일권을 사서 들어가 책을 읽는다고 한다. 여러 권의 책을 낸 작가님의 책방에 앉아 책을 읽으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멀지 않다면 일일권을 사서 자주 가고 싶을 것 같다.
아이를 키우는 그녀의 소박한 책방에는 손님이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월세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책이 팔리거나 일일권 손님이 북적이면 좋을 텐데 책 구입자는 갈수록 줄어 가고, 책 보다 화려한 즐길거리는 세상에 널려 있기 때문에 운영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출근이 즐겁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귀인들(책을 무척 좋아하거나 작가의 팬인 사람들)을 기다리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이 책 외에도 그동안 다섯 권이나 책을 썼다. 그중 문장 수집 생활이라는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책 속 인물들 중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 권 쓰기도 쉽지 않은데 책을 여섯 권이나 쓰다니 정말 대단한 분이다. 나도 내 책을 열거하는 책날개를 가질 날이 올까 궁금하다. 내가 쓴 책 제목도 기억하지 못할 만큼 많은 책을 쓸 날을 상상하며 혼자 피식 웃어 본다.
보통 북카페는 음료를 파는데 이분은 처음부터 팔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누구든 자신의 음료를 가지고 와서 마시면 되고 2주에 한 번 늦게까지 여는 날은 맥주를 가져와도 된다고 하니 자유로운 것은 좋은 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혹시나 음료를 팔았다면 유지하기가 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아니면 일일권에 음료 한잔 서비스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이분의 책방이 문 닫지 않고 오래오래 열려 있으면 좋겠다. 책을 좋아하는 분께는 이상하게 동지애가 느껴진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QCDxm4SJz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