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이 일이 힘들어 사직을 한다고 하고 정부는 집단 사직을 불법 행위로 간주하고 처벌하겠다는 소리를 합니다.
이 사회는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 된 거 같습니다.
어쩌다 권위의 상징이어야 할 의대 교수들이 일 못해먹겠다고 사직을 할까요.
왜 그런 걸까요?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한참 동안 누적된 문제가 타협 없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세력과 맞물려 터져 나온 거라고 봅니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대부분의 나라에서 권위는 힘과 함께 권력을 부여합니다.
이를테면 대학 병원에서 수술 실력으로 유명한 교수가 있다면 그 사람에는 엄청난 권한이 있습니다.
그래서 인턴이나 레지던트들은 그와 같은 방에서 수술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손꼽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과 같이 회진을 돌게 되면 어떻게 든 자신의 의학 지식을 뽐내기 위해 환자의 상태에 대해 더 말을 많이 하고
또 교수는 그런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줍니다. (대학병원의 누구도 심지어 병원장도 교수의 그런 권한에 함부로 끼어들거나 반대하지 못합니다. 그건 월권으로 간주됩니다.)
그래서 나중에 수술에도 참여하게 되고요. 반대로 수술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정해진 과정을 못하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수련 과정을 마치지 못합니다. 그냥 이 병원 저 병원 떠돌기만 반복할 뿐이겠죠.
만약 동기들 중에 인턴 마치자마자 성형외과 같은 데로 가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대부분,
"변호사 환자나 만나서 Sue나 당해라~ㅋ" "돈만 밝히는 놈" 이라고 험악한 악담을 할 겁니다.
왜냐면 어쨌든 5년 걸릴지 6년이 걸릴지 모르는 혹독한 트레이닝을 버티고 나면 언젠 가는 그들도 권위와 권한이 생길 꺼라는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 혹독한 과정을 거쳐서 MD를 따게 되면 설령 실수로 환자를 잘못 처치해서 소송을 걸리더라도 동료와 지도 교수들이 똘똘 뭉쳐 보호해주는 문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유명 교수의 추천서 한 장은 돈과 바꿀 수 없는 권위와 가치를 가집니다.
근데 우리나라는 권위가 있나요? 또는 거기에 대한 권한은 있을까요? 교수나 그 밑의 인턴, 레지던트나 그냥 개별적인 의사일 뿐이고 별 탈 없이 기간을 채우면 MD를 따는데 큰 무리가 없습니다. 교수 눈밖에 난 수련의가 있다고 해서 뭐 어떤 불이익을 줄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수련의가 교수 앞에서 환자 연구 결과를 자신 있게 발표하고 화려한 의학 지식을 보여준 들 그 수련의에게 특별한 기회를 더 줄 수 있는 권한도 없습니다. 그냥 그 학생이 잘 마무리 해서 전문의까지 해줬으면 할 뿐이죠.
만약 동기들 중에 먼저 나가서 강남에 성형외과에서 연봉 수 억을 받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반응을 보일 겁니다.
"야 누구는 좋겠다..." "와 벌써 무슨 차를 타고 다녀?"
우리 사회는 이렇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고생이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전혀 알지 못하는 세상입니다.
저 위에 보이는 교수라는 사람들도 어떤 무언가를 보장해주거나, 그 사람에게서 받는 인정이 나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그분들의 눈 밖에 나거나 나쁘게 보여서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건 거의 확실하긴 합니다.)
근데 이런 현실이 비단 의료계에만 있을까요?
일반 회사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 합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원래 하던 업무가 있었고 잘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 일도 원래 대로라면 적어도 두 세 명은 달라붙어서 해야 될 일인데 그냥 혼자서 개발, 문서화, 일정 체크 등을 하는 다중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죠.
근데 또 새로운 업무를 주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물었죠. 아 그럼 그 일을 하면 혹시 동결된 제 연봉도 좀 올려줄 수 있나요?
그러자 그건 다음에 이야기 하잡니다. 그리고 나중에 돼서 HR이랑 이야기를 해봤는데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다른 사람들이 불평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그 이야기를 C레벨이 합니다. 그럼 C레벨의 권한은 무엇이고 왜 그 자리에 있는 걸까요.
웃긴건 이런 회사도 다면 평가라는 걸 합니다. 아니 요즘의 유행인가 봅니다. 이런 걸 안 하는 곳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니까요. 동료들의 피드백을 잘 받으면 칭찬해주고 또 부족한 점을 알려주라는 거죠.
근데 이것도 그냥 기분 좋으라는 말 외에 어떤 보상이 약속된 게 없습니다. 프로페셔널하게 일하는데 평가는 그냥 칭찬과 격려
아니면 누가했는지 모르는 지적질을 들으면 왜? 라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상사는 부하를 칭찬 해주더라도 이게 그냥 듣기 좋으라는 말 외에 뭐 어떤 보상이 가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잘못을 지적해서 기분은 잡치게 할 수 있다는 거죠.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권위가 생기고 권한이 생길까요?
요즘 사회에 이런 현상을 너무 많이 봅니다. 교수의 권한과 권위도 땅에 떨어진지 오래되었습니다.
누군가는 그럽니다. 교수들이 그동안 너무 권한을 남용해서 학생들 인권을 짓밟지 않았냐? 그래서 자업 자득인 거다.
그런 교수들도 있고 아닌 교수들도 물론 있겠지요.
그런데 우리 사회가 그런 권위를 오 남용 하는 교수들에게 처벌을 하면서 점점 권한을 축소시켜 오면서
정작 훌륭하게 본업을 수행하고 제자들을 키워낸 교수에 대해서는 어떠한 권한을 나눠주거나 보상을 준 적이 없었습니다.
회사에서도 그렇습니다. 부장이나 상사가 HR을 넘어서 부하에게 어떤 보상을 줬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저도 업무를 하면서 직원들에게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느끼는 게 현실인데 교수들은 오죽 할까요.
권위와 권한을 모두 평등하게 나눠 갖는 사회가 정말 평등한 사회인지. 다른 대안은 정말 없는 건지
한번 쯤은 심각하게 고민할 시기가 왔다고 봅니다.
여기 계신 분들도 언론이 전하는 편가르기식 기사보다는 좀 더 그 내부에 그리고 우리 사회에 내재된 문제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해보시기를 바래봅니다.
의사 비난한 분들 보면 드는 생각은 과연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좋은 의사, 필요한 의사'를 인정하고 붙잡을 수 있으신지 궁금하더라고요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비난은 쉽고 쿨해보이지만 그러긴 어려운 일이죠 ㅎㅎ
적어도 권위있는 교수라면 내가 가르칠 제자와 그들의 업무에 대해 책임지고 보상을 해줄 어떤 보상체계는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의문입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별반 차이 없다고 하시지만 미국에서는 의대 졸업했다고 바로 MD가 되는건 아닌걸로 압니다.
적절한 수련과정을 완료해서 얻는 MD 권위와 또 그런 권위있는 교수의 추천장이 없으면 그냥 평범하게 Practitioner 같은 걸로 개원해서 본인 스스로 개척하는게 전부인 걸로 알고요.
반면 우리나라는 일단 의사 면허라는 개념이라서 교수가 그 면허를 박탈할 권한도 없거니와
수련의 과정에서 특정한 학생이나 수련의에게 어떤 특혜를 준다는거 자체에 대해 엄청나게 반감을 갖는 경우가 많죠.
또 대학병원들은 교수들더라 왜 수련의들의 중도 포기율이 이렇게 많냐 라고 대책을 강구하라고 할테고요.
적어도 미국 대학 병원에서 의대 교수가 그런 정도의 권한밖에 없지는 않겠다는 생각은 들더군요.
그저 속으로 '나는 미용쟁이들이랑 다른, 진짜 의사야..씩씩' 하는거 말곤 없는거 같습니다.
처음에 전공을 선택할때는 알량한 자부심이 있었던것 같은데,
이제는 사회에서도 그냥 도태의사로 볼테니 제 자부심도 그만큼 비루해지겠죠.
근데 사실 그 권위는 바라지도 않고, 스스로 권위의 부재가 아쉽다고 생각은 안해봤어요.
다만, 사람이 가치있는 일을 하면 그 가치를 좀 인정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의사건 간호사건 일을 한것에 대한 사람값을 안쳐주는 제도가 진짜 치를 떨게 만듭니다.
환자를 치료했는데 원가에 못미치는 행위료만 지급하는 공단이나
양심적으로 최신의 치료를 했는데 자기들 맘대로 세운 기준에 없다고 행위료 지급 거절때리는 심평원,
(학회 가이드라인이 업데이트 되서 그 기준에 따라 최신의 치료를 해도 돈 안줌)
간호사는 아무리 많은 업무와 처치를 해도 행위에 대한 수가가 매겨지지 않죠.
그러니 병원에서도 필수과 의사나 간호사를 대우해주긴 커녕
필수과는 일자리도 적고,
어렵게 취업을 해도 돈 안된다고 그저 적게 뽑아서 최소한으로 돌릴 생각만 하니 혼자서 당직 몰빵하고
진료보조인력도 충분히 고용안해주니 혼자 뺑이치기 십상입니다.
그러니 훙부외과, 외과, 응급의학과 모두다 전문의는 많은데도 공백이 생기는거죠.
(실제로 인구당 해당과 전문의 숫자는 OECD 평균보다 많습니다)
나도 일하기싫고, 병원에서도 고용하기 싫고 말이죠.
비슷한 이유로 간호사도 거의 소모품취급을 당하고 대우는 안해주고
그러니 1년 하고 다들 도망가고 그러는것 같습니다.
에어컨 수리기사가 와서 이상 없다고 하고 출장비 달라고 하면
한게 없는데 왜 돈을 받냐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죠.
이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인것 같습니다.
아무도 권위를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설령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대학병원의 교수가 인정한 시술 방법이라고 하더라고 법적으로 인정안되면 불법 시술이고 의료 과실이 되는게 현실이죠.
이 사회에 남은 유일한 권위는 땅에떨어진 사법부 밖에는 없는거 같습니다.
전통적으로 권위는 공포에 기반하고 권한은 사회적 합의물이쥬. 추천서는 오남용이 많아 공정하지도 않쥬.
기술진보가 빠른 시대에 실력평가가 모호한 연륜을 통한 꼰대문화는 이제 사라져야쥬.
본인도 언젠가는 그런 권한이 필요한 위치에 오르지 않을까요?
권한이 없는데 만약 부하 직원이 업무 성과에 대한 보상을 기대한다면 보상은 어떤 식으로 하시나요?
현실 세계의 권위는 압도적인 몇명이면 족하고, 그것도 밑에서 자발적 인정 없는 권위는 꼰대일뿐이쥬.
의대 교수가 권위의 상징이어야 되나요? 왜요?
왜 권한은 없으면서 의무와 책임만 강조하는지 모르겠다는게 더 정확합니다.
권한을 없앨거였으면 책임도 같이 없애던지요.
다 그나물에 그밥이에요. 성폭행 의사한테 아무소리 안하는 의사들 보면 그나물에 그밥 초록은 동색 ㅋㅋㅋ 그래놓고 환자 살리려고 그만 둔다나.... 성폭행 의사도 사람 살리는 의사이니까요? ㅋㅋㅋ
지들 밥그릇 챙기는 거 모를까봐서요? 국민을 개돼지로 아시나... 치료나 받고 찍소리 하지마에요? 참나원... 권위의식도 엄청난 권위의식입니다. 그러니 남의 말 안듣는 두 단체가 싸운다고 하지요.
하여간... 편을 들려면 좀 제대로 드세요. 괜히 억하심정 반발하게 만들지 말구요. "성폭행 의사는 퇴출되야 됩니다. 그런데 현재 그렇게 안되는게 저도 아쉽네요." 이런 한마디 할 줄 모르세요? ㅋㅋㅋ 본심이 들키신건가요? 저라면 아예 말 안하고 가만 있겠어요. 중간이라도 가게요.